삼프레스는 주택 다양성 사회를 지향합니다.
2026년 5월 10일 · 소식

민달팽이유니온이 기획한 ‘세입자의 목소리를 찾아서’ 인터뷰 프로젝트에 인터뷰어로 참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주 인터뷰어로 인터뷰 보조로 마주한 피해자의 주택은 ‘청년안심주택’ 사당 코브와 (건물과 토지가 SH 소유인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아츠스테이 신림의 피해자 건입니다. 코브는 그야말로 현 임대차제도 하에서 서울시의 임대인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피해가 몇백 건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례, 사회주택 건의 경우에는 운영사의 재정 문제가 컸으나 역시 사회주택 제도상 보증보험 의무·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례였습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과거 4.16 참사 때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가 책임 회피 대책으로 “해경 해체”를 들고나오거나 배를 타고 수학여행 가는 것 자체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행태를 취하는 꼭 부류가 있고, 희한하게 거기에 동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반동에 가장 예민할 수밨에 없는 사람들이 피해자입니다. 해결도 미래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츠 스테이 신림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겪은 재현 씨는 말했습니다.
“사회주택 자체를, 더 나아가 공적인 주택 정책 자체를 공격하는 논조로 가져가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런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제도의 미비와 운영업체의 도덕적 해이, 공공성의 부족이 겹친 문제이지, 공적인 주택 공급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니까요. 사회주택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다 민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는 건 사회주택에 대한 불신을 넘어 공공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주택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주택에 대한 신뢰와 필요성이 모두 부정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는 피해 해결 과정에서 공공이 사회주택 사고를 다루는 방식의 진전이 있었던 것에 방점을 두고, 그것으로 또 하나의 사회적 경험이 생겼다는 해석을 획득했습니다. 덧붙여 필요에 의해 생겨나는 사회주택이 장기적으로 더 발전해야 가야 하는 이유 또한 누구보다 잘 피력했습니다.
“저는 사회주택 정책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더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공적 감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했어요. 운영업체에 대한 재정 건전성 감시가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도하게 위험하게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했을 때 위험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되니까요. … 공공임대든지, 건물과 시설은 공적으로 소유하면서 운영을 사회적 주체에게 위탁하는 형태든지, 다양한 형태의 공적인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회주택도 청년 가구의 실질적인 주거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전체 주택에서 사회주택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워낙 작아서 그런 역할을 하기 어렵잖아요.”
변화하는 사회의 주택 필요에 따라 이미 곳곳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주택이 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총주택 대비 대략 8.4%,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시장에서 0.032%를 차지합니다. 사회주택 연구자들은 주택 시장에서 사회주택이 1%만 공급되어도 임대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민간임대 비율이 대략 77.9%, 공공임대가 22.1%(그중 사회주택 0.072%)로 구성된 임차시장 안에서는, 특히 주택난이 심각한 서울에서는 민간임대인과 임차인 간 힘의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너 아니어도 세 들어올 사람 많다” “계약은 계약이고 보증금 돌려줄 의무 같은 건 별로 무겁지도 않다”는 식의 태도가 임대차 관계에서 쉽게 형성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임차인의 선택지가 늘어나면 극심한 불균형은 자연히 깨집니다. 현재 0.032%에 불과한 사회주택 공급이 1%까지 성장한다는 건 임차인의 사회주택 선택지가 대략 31배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임대시장에 변화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습니다. 사회주택을 포함한 새로운 임대차 형식이 늘어나며 생기는 큰 변화는 아마 고질적으로 일방적인 임대차 관계를 체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생애 주기와 경제적 상황과 생활에 맞춰 여러 이유로 혼자도, 같이도 살아갑니다. 집을 혼자 빌려 살기도, 같이 빌려 살기도, 혼자 매매해서 살기도, 같이 매매해서 살기도 하지요. 땅과 건물을 모두 소유할 수도, 건물만 소유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다양한 방식이 쓸데없는 의심을 받을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차이가 있다고 해서 서로 적대감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매일 새로워지는 세상의 필요에 따라 새로이 등장하고 때로는 사라지는 주거 형태, 주택 아이템들이 정책이라는 서비스가 잘 맞물려 가면 좋겠습니다. 거기 연결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가 바람직해지는 쪽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