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철거할 수는 없다

2026년 6월 30일 · 소식

삼프레스는 어제 정릉골과 연대하는 영화 상영회 자리에 있었습니다. 정릉골은 성북구에 위치한 동네로, 고급 빌라를 건설하기 위한 재개발 계획에 따라 ‘강제집행’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국공유지 비율이 무려 40%가 넘는 땅임에도 원주민 이주 대책도, 임대주택 건설 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채 20년 만에 ‘도시정비’를 ‘신속 추진’한다고 합니다. 1218가구가 거주하던 정릉골에 아직 남아 있는 20여 가구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버틴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공간의 이야기를 〈시사IN〉 979호가 다뤘습니다. (“북한산 달동네의 고급 주택단지, 그리고 밀려나는 사람들”)

정릉골과 연대하는 영화 〈한강가에 모여〉는 서울에서 보증금 500만 원으로 살 집을 찾아 계속 이동하는 20대 커플의 시선을 따라, ‘주민을 축출하고 교체하던’ 방식의 ‘한강 개발’을 답습하는 오늘날의 재개발 욕망을 훑습니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품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수십 년 동안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재개발을 해왔지만, 그 공급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과연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묻게 합니다.

영화를 함께 본 김우권 정릉골 통장님이자 세입자대책위원장님은 일주일 전 열린 ‘대규모 정비사업의 문제점과 지속 가능한 주거환경 대안 모색 토론회’에도 토론자로 참여하셨습니다. 당시 논의에서 주요 가치로 거듭 언급된 ‘효율성’에 관해 뼈 있는 한마디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빠른 공급’이 지금까지도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관점을 바꿔 집을 공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이 물음은 집을 찾고 공급하는 가장 근원적인 목적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릉골에 연대하는 많은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가수 황푸하의 EP 「난기류」 커버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감상과 함께 나눠주신 순간도 아름다웠기에 공유합니다. 커버 작업은 인도네시아 아티스트 Hai Rembulan이 맡았습니다.

“큰 표범을 타고 한 손에는 꽃을 들고 내려오며 외치는 ‘푸하!’ 하는 외침이 있습니다.”

— 일동: “푸하하하, 큵큵큵큵.”

“답답함으로 가슴이나 목이 조여 올 때, 한숨을 쉬면 숨통이 트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리고 아름다운 모습 속에 활화산 같은 불을 품고 검은 표범을 타고, 한 손에는 아름다운 꽃을 든 채 외치는 모습이 우리의 닫히고 숨 막힌 숨통을 틔워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그림의 의미를 그렇게 해석했습니다.”

— 일동: “와…….”

“황푸하 씨의 이름에 빗대는 것 같아 조금 그렇긴 하지만, ‘푸! 하!’는 한숨과도 닮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여러분도 자신이 지닌 여리고 아름다운 모습 안의 활화산을 품고, 커다란 검은 표범을 타고, 한 손에는 꽃을 들고 외칠 수 있겠지요.”​